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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걷기 여행

뉴질랜드 트레킹 장비 (레이어링, 샌드플라이, 신발 선택)

by 트래킹 마스터 2026. 5. 1.

 

트래킹 하고 있는 남자 사진

 

솔직히 저는 처음 뉴질랜드 트레킹을 준비할 때 한국 설악산 장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판단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는 밀포드 트랙 첫째 날 오후에 바로 깨달았습니다. 뉴질랜드는 날씨, 자외선, 곤충 환경이 한국과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이 글은 그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자가 뉴질랜드에서 진짜 필요한 장비를 고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며 씁니다.

레이어링 시스템, 개념부터 잡아야 옷 선택이 달라집니다

뉴질랜드 산에서 가장 먼저 배운 교훈은 "면(Cotton) 소재 티셔츠를 절대 입지 말 것"이었습니다. 제가 첫날 면 소재 긴팔을 입고 출발했는데, 땀에 한 번 젖고 나니 오후 능선에서 바람이 불자 체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저체온증(Hypothermia)이란 체온이 정상 범위인 36~37도 아래로 내려가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산에서는 30분 안에도 위험한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뉴질랜드 트레킹에서는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 핵심입니다. 레이어링 시스템이란 옷을 기능별로 3단계로 겹쳐 입어 땀 배출, 보온, 방수를 각각 분담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안쪽부터 베이스 레이어(Base Layer), 미드 레이어(Mid Layer), 아우터 레이어(Outer Layer) 순서로 구성합니다.

베이스 레이어는 메리노 울(Merino Wool) 소재를 강력히 권합니다. 메리노 울이란 뉴질랜드와 호주산 메리노 양의 털을 가공한 섬유로,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되며 냄새도 잘 나지 않는 기능성 소재입니다. 현지 브랜드인 Icebreaker 제품을 퀸스타운 매장에서 직접 사서 써봤는데, 3일 내내 입어도 냄새가 거의 없어서 솔직히 놀랐습니다. 미드 레이어는 경량 다운 자켓이나 플리스 자켓으로 채우면 됩니다. 1~2월 한여름이라도 루트번이나 밀포드 고산 구간은 오후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아우터 레이어는 고어텍스(Gore-Tex)급 방수 자켓이 기준입니다. 고어텍스란 미국 W.L. Gore사가 개발한 방수투습 소재로, 빗물은 막으면서 체내 수증기는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입니다. 저렴한 방수 처리 제품과는 등산 중 체감 차이가 상당합니다.

샌드플라이, 모르고 가면 트레킹 내내 긁다 옵니다

뉴질랜드 트레킹 커뮤니티에서 샌드플라이(Sand Fly)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과장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밀포드 사운드 근처 숲길에서 쉬고 있던 10분 동안 발목과 손등을 수십 군데 물렸고, 그 가려움이 3일 넘게 지속됐습니다. 샌드플라이란 뉴질랜드 남섬과 해안 습지 주변에 서식하는 흡혈 곤충으로,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물린 자리가 모기보다 훨씬 오래 붓고 가렵습니다.

뉴질랜드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샌드플라이는 특히 남섬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일대와 웨스트코스트 지역에서 11월~3월 사이 극성을 부립니다(출처: 뉴질랜드 보건부 health.govt.nz). 그레이트 워크(Great Walk)란 뉴질랜드 정부가 공식 지정한 총 10개의 장거리 하이킹 코스를 의미하는데, 밀포드 트랙과 루트번 트랙이 특히 샌드플라이 밀집 구간과 겹칩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Goodbye Sandfly' 제품을 추천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DEET(디에틸톨루아미드) 성분 기반 기피제 중에서 현지 산행 환경에 가장 잘 맞았습니다. DEET란 곤충이 기피하는 화학 물질로, 농도가 높을수록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만 피부 민감한 분들은 저농도 제품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자외선 차단제(SPF 50+)도 이 구간에서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뉴질랜드는 오존층 감소로 자외선 지수가 한국 여름 대비 1.5~2배 이상 강한 날이 잦습니다.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는 선택이 아닙니다.

신발 선택, 코스 유형에 맞게 골라야 발이 살아남습니다

장비 중에서 신발 실수가 가장 흔하고 대가도 큽니다. 제 경우에는 중등산화를 신고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Tongariro Alpine Crossing)에 갔다가 하산 구간 화산재 내리막에서 발목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두 번 미끄러졌습니다. 반대로 트레일 러닝화로 갔던 퀸스타운 힐은 2시간 내내 가볍고 쾌적하게 다녀왔습니다. 코스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게 신발 선택보다 먼저입니다.

뉴질랜드 산악안전위원회(Mountain Safety Council)는 트레킹 전 코스 난이도와 지형을 반드시 사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뉴질랜드 산악안전위원회 mountainsafety.org.nz). 신발을 고를 때 제가 직접 경험하며 정리한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당일 코스(Day Hike), 포장·목도 위주 코스: 트레일 러닝화(Trail Running Shoes)로 충분합니다. 트레일 러닝화란 일반 운동화보다 접지력과 배수 기능을 강화한 경량 산행화입니다. Hoka Speedgoat이나 Altra Lone Peak 같은 제품이 피로도를 크게 낮춰줍니다.
  2. 그레이트 워크 1박 이상, 돌길·급경사 포함 코스: 중등산화(Mid-cut Hiking Boots)를 권장합니다. 발목을 잡아주는 높이와 단단한 밑창이 장시간 산행의 부상을 예방합니다. 단, 신기 전 최소 2~3회 일상에서 착용해 발에 충분히 적응시켜야 합니다.
  3. 입국 시 검역 주의: 뉴질랜드 검역청(MPI)은 신발 밑창에 묻은 외래 흙, 식물 잔여물을 엄격히 검사합니다. 출국 전 솔과 물로 깨끗이 닦아야 압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4. 현지 조달 옵션: 퀸스타운이나 크라이스트처치에는 Kathmandu, Macpac 같은 뉴질랜드 국민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있습니다. 현지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 많고 세일 시즌에는 가성비도 좋습니다.

배낭 용량도 코스에 맞게 조율해야 합니다. 당일 산행은 20L, 대피소(Hut) 1박 이상은 35~40L가 기준입니다. 대피소란 뉴질랜드 DOC(자연환경보전국)이 운영하는 산중 숙박 시설로, 취사 도구는 개인이 지참해야 합니다. 레인 커버가 내장된 배낭을 선택하면 갑작스러운 비에 짐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Plan My Walk 앱은 날씨와 대피소 예약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출발 전날 반드시 체크하는 것을 권합니다.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뉴질랜드 트레킹은 고생이 아닌 감동이 됩니다. 저도 첫 번째 밀포드 트랙에서 고생했기 때문에 두 번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레이어링 의류를 챙기고, 샌드플라이 기피제를 빠뜨리지 않고, 코스에 맞는 신발을 신고 가는 것.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지켜도 초보자의 뉴질랜드 트레킹 성공률은 크게 올라갑니다. 장비 리스트를 다시 한 번 점검하시고, Plan My Walk 앱으로 날씨와 코스 상태까지 확인한 뒤 출발하시길 권합니다.